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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2003

오랜만에 '한바탕' 웃은 뒷풀이

일어나보니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옷을 입었다. 약을 먹기 위해 밥은 꼭 먹어야 했으므로 네 숟가락 정도를 그릇에 퍼서 차가운 찌개에 비벼먹었다. 지하철 역까지는 뛰다걷다해서 겨우 도착했는데 지하철은 내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금새 늑장이다. 당연히 모르겠지. 부랴부랴 달려와 3분 지각, 그러나 선생님보다 일찍 들어왔다.

아직 쉬운 부분이니까 그렇겠지만 불어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긴 하는 것 같다. 재수강이기도 하고 그동안 곁다리로 여기저기 들은 풍월도 있고 지난 학기 특기자들에게 들은 무료특강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해서 대략 넘어갈 만하다. 연습문제도 답이 틀리고 맞고를 떠나 일단 풀 수 있다는 것이 일단 다행이다 싶다. 다히가 1학년 때 내게 '언어감각이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물론 의례적인 말이겠지만, 가끔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길 때 씨너지 효과를 주긴 한다.

다히는 4개 국어(韓日佛英)에 능통한, 4개 국어를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4개 국어에 '능통'한 친구다. 조기졸업하고 영문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예전에 임영택이 다히와 아는 사이라고 해서 세상 좁다고 놀랜 적이 있다. 둘은 CCM 음반샵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우리학교를 썼다가 결국 떨어진 그녀석은 지금 어디 있을까. 어느 대학이든 다니고 있을 텐데. 교회를 옮기고 나서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하우저의『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일부를 가지고 쎄미나를 했다. 내가 발제였다. 어쩔 수 없이 거대담론이나 일반론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소위 '순수예술'과 소위 '대중예술'의 구분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예술의 질'에 관련된 문제, '예술생산과정'에 관한 문제 등을 다루었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쎄미나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난 뭔가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쎄미나가 좋다. 적어도 너무 루즈한 것보다는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할 이야기 만들기가 모호한 꺼리와 발제를 두고 현규가 사회자로 잘 분위기를 이끌어간 것 같다.

철판볶음밥을 먹고 블루마블로 갔다. 은비는 이제 자라서 아기고양이가 아니다. '고슴도치 레이스'와 '씨타델'을 했는데 오랜만에 한 게임이라 상당히 즐거웠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즐거웠던 게 오늘만은 아니다. '한바탕' 웃은 게 오랜만이란 말이지 '웃은' 게 오랜만이라는 말은 아니다. 계산을 치를 때는 '주인누나'의 동생이 도장일 여덟 개나 찍어주었다. '주인누나'가 옆에서 당혹스럽게 고개를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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