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2003 썸네일형 리스트형 불만들 어제 시학 세미나가 끝나고 뒷풀이를 2차까지 갔다가 집에 늦게 돌아왔다. 2차엔 林, 왕수, 재철 등이 동행했다. 재철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생각이 얼마간 이상론理想論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미다. 나는 나의 그런 생각이 좋다. 그 理想論도 유토피아적인 理想論이라기보다 단지 몇몇 현실정치의 관행이 걸림될이 되는 것일 뿐이다. 가령, 민주주의는 理想이지만 폴리아키는 理想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폴리아키를 이루는 것도 무척 어렵다. 내 생각의 실현이 어려운 것은 단지 그런 어려움이다. 내 생각의 실현의 어려움들이 그렇게 크지 않은 이유는, 내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도 유시민도 그렇지만, 나도 내 생각에는 중도우파 정도에 속할 것 같다. 아니, 그들보.. 더보기 돌아온 林 돌아왔다, 는 말이 입의 안과 밖에서 맴돌고 있었다. 林이 돌아왔다. 그가 먼 길을 에둘러왔다. 그가 다른 곳에 갔다가 뒤돌아서 왔다. 어느 쪽을 택해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긴 하지만 2차적인 중요함이다. '왔다'는 말이 중요한 거니까. 말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다른 동기녀석들도 다 그립지만, 일단 현규가 돌아온 것이 나는 무척 기쁘다. 그만큼 나와 대화를 많이 한 친구도 드물기 때문에. 더보기 어느 날의 시읽기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그만 자려다 시 하나 읽고 자야지 하고 서가에 다가갔다. 마침 다음 주 시학 꺼리인 김혜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뒤로 뒤적이며 읽기 시작했다…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 아니다, 아니다, ?누가 네게 가르쳐주었니 ?이렇게 재빠르게 남의 몸에 낙인 찍는 법을 ?벙어리처럼 손가락으로 말하는 법을 ?네 손가락 하나하나가 바늘이 되는 법을 ?왜 네가 새긴 무늬들은 내 심장 박동마저 방해하니 ?도대체 누… 또 아니다,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6·25와 5·18 사이에 있을 뿐 그 사이에서 음악은 돌고 돌면서 미쳐갈 뿐 폭동이 일어난 교도소, 내 머릿속 전깃… 아아, 이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지하철 타고 .. 더보기 無爲 무위라고는 하지만 나름으로 해야할 것은 한 날이다. 우체국엘 다녀왔고, 낮잠을 오래 잤고, 플라톤《국가》의 한두 권을 읽었다. 책이 길어지면 점점 근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한 곳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할텐데. 일전에 몸이 불편해 우체국을 하루 빠진 일도 있고 한데, 오늘은 특히 일이 많아서 한 시간 가량 더 일을 했다. 세무서에서 무슨 등기를 무척 많이 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MBC라디오의 'MBC초대석'이라는 프로그램에 소설가 이청준 선생이 나왔다. 부랴부랴 mp3 플레이어를 갖고 나와 녹음했다. 일반론적인 이야기 정도밖에 안 했지만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 소설『축제』에 대한 이야기, 작가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 소설을 쓰는 것은 병病이.. 더보기 『생채기』출판기념회 일곱번째 『생채기』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선배들은 모두 사라지고 韓과 나와 愼이 최고학번의 자리에. 1999년 시학을 선배들과 부활시켰을 때의 모습은 이제 없다. 시학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95학번 선배들은 졸업을 했고, 선배들이 더 윗 선배들과의 가교였으므로 그 윗 선배들도 없었다. '서른즈음에'에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라면을 먹으면서 취했다. '싱거운' 맥주를 마시고도 취할진대 우리는 무얼 먹고 취하지 않을 수 있으랴. 기형도의 표현대로 '있는 힘껏 취했'다. 술은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술은 말을 길게 하게 하거나 말을 짧게 하게 한다... Roy Buchana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신청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아마 없는 음반인가보다. 이번 생채기.. 더보기 책과 시 내가 빌렸던 드림위버 책과 포토샵 책은 지난 수요일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너무 귀찮아서 인터넷으로 1주일 연기를 했다. 그래서 오늘 책을 반납하러 가야했다. 컴퓨터 책이 좀 무거운 게 아니라서 따로 쇼핑백에 넣어가기로 했다. 그걸 들고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나와보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 책들을 들고 성남도서관에 가려니 두려웠다. 하지만 가야 했다. 8호선 단대오거리 역에서 내려 50미터쯤 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부터 오르막이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우산을 받쳐쓰고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올라갔다. 그 까마득한 길. 차도/인도 구분도 명확하지 않은 그길. 우산을 앞쪽으로 기울여 쓰고 갔다. 시야는 가려지지만 비도 좀 덜 맞을 뿐더러 들기도 그편이 더 편했.. 더보기 자율학습 감독과 우리학교 이야기 며칠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께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그간 계속 3학년 담임을 하시다가 이번에 1학년을 맡으셨는데 이번에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고 하셨다. 안면근육마비. 직접 뵙지 못하고 통화만 해서 많이 불편하신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얼굴에 이상이 생기는 건 어쩐지 무섭다. 선생님께서 내게 화-금 4일간 자율학습 감독을 부탁하셨다.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씀드렸지만 괜찮다고 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왜 다른 선생님께 부탁하시지 않고 내게 부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편찮으신 선생님 부탁이기도 하고 해서 《생채기》판매하는 주간이지만 맡았다. 학교에 가서 알고보니, 전체 자율학습이 아니고 희망자만 하는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었다. 그것도 전학급의 희망자가 아니라 선생님이 .. 더보기 나른한 오후 나른한 오후 - 김광석 아 참 하늘이 곱다 싶어 나선 길 사람들은 그저 무감히 스쳐가고 또 다가오고 혼자 걷는 이길이 반갑게 느껴질 무렵 혼자라는 이유로 불안해하는 난 어디 알만한 사람 없을까 하고 만난지 십분도 안 되 벌써 싫증을 느끼고 아 참 바람이 좋다 싶어 나선 길에 사람으로 외롭고 사람으로 피곤해하는 난 졸리운 오후 나른한 오후 물끄러미 서서 바라본 하늘 아 참 햇볕이 좋다 싶어 나선 길에 사람으로 외롭고 사람으로 피곤해 하는 난 졸리운 오후 나른한 오후 물끄러미 서서 바라본 하늘 가끔이지만 사람들이 무척 싫어질 때가 있다. 전 인류를 사랑하면 할 수록 개개의 인간은 미워하게 된다는 도스또예프스끼의 통찰은 얼마나 적나라하며 진실한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원하고 내가 소중하다 혹은 내가 필요하다고.. 더보기 4.19혁명 기념일에 4.19혁명 기념일에 산본 도서관에 놀러가서 브레히트를 읽었다. 시험기간이라 자리가 없었는데, 우리가 다가가자 신기하게도 자리가 생겼다. 두 사람이 우리 앞에서 가방을 꾸려 돌아갔다. 김광규 시인이 옮긴『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을 읽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여러 시편들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다른 것들이었다. 「울름의 재단사」는 몇 달 전에 읽고서 멋지다고 생각해 시학 까페에도 올려놓고 했던 것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좋은 시를 발견(!)했다. 나의 어머니Meiner Mutter (1920)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 더보기 피곤 내가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인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드림위버 책을 뒤적거리다가 2시쯤 잠을 청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오니 책을 볼 수가 없다. 침대에 누웠지만 피곤이 심할 때 신경은 더 예민해지는지, 동생이 거실에서 게임하느라 두들기는 키보드소리에 너댓 번은 선잠이 깼다. 마침 과외도 취소되어 내리 6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내가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인가? 왜 이리 피곤할까?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우체국에서의 일과 학교가서 강의 조금 듣는정도? 그 외에 책읽고 인터넷 하는 것. 혹사라는 말은 커녕 웬만한 사람 하는 일 정도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잠이 부족한가, 도 싶지만 1시부터 6시까지 다섯 시간 정도면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더보기 경기도립 성남도서관 8호선 단대오거리 역에서 내려 희망대공원 방향으로 1000미터 정도를 가면 경기도립 성남도서관이 있다. 거기에, 갔다. 각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성남도서관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단대오거리 역에서 희망대공원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도서관은 희망대공원 안에 있다, 그 꼭대기에. 새로 배운 불어를 1부터 10까지 반복해서 외며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139개. 계단을 다 오르고 나서 허리를 펴면 약간 간격을 두고 있어 아래서는 보이지 않았던 14개의 계단이 또 버티고 서 있다. 강노지말强弩之末이라는 제갈량의 계략인가. 포토샵과 드림위버 사용법을 설명해놓은 책들을 빌리러 갔다. "004.76/조94ㅍ"이 내가 찾는 포토샵책 번호였다. 서가에는 엉망이라고까지 하긴 좀 힘들었지만 어쨌든 순서가 조금씩.. 더보기 영웅전설 -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전쟁이라고 포장한다. - 길게 늘어선 진형 때문에 보급선이 끊겨 전쟁 지속이 어렵다. - 독재자 치하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해방을 기뻐하기 보다는 물과 빵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빵을 먹을 수 있었던 예전이 더 낫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 결국은 민간인들까지 희생하게 되었다. USA의 이라크 침공 이야기가 아니다. 다나까 요시끼의 소설『銀河英雄傳說』이다. 유치한 제목이긴 하지만 그 나름으로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해본 책이다. 박진감넘치는 전쟁씬, 격추왕의 美化 등으로 대중소설의 한계를 드러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 소설이 줄기차게 말하고 있는 것은 정치 체제에 대한 고민이다. 주인공 얀웬리(양웬리의 誤記)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사관학교 전사戰史학과에..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