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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2003

컴퓨터와 나

어제 하나포스 무선인터넷 애니웨이 홈스팟 서비스를 받았다. 이제 거실에 있는 예전의 컴퓨터와 지금 이 컴퓨터 모두 인터넷이 된다.

내가 맨처음 일기를 쓰려고 결심한 것은, 내가 내 삶의 궤적을 알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디엔가 발산할 데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것은 여러 형식을 취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줍잖은 시도 쓰고, 편지도 쓰고, 잡문같은 것들도 써왔고, 일기도 이렇게 쓰고 있다. 그것이 인터넷 연결이라는 어떤 물리적인 문제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는데 이제 그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나 스스로로서는.

문제는 그것이다. 기존의 컴퓨터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내가 벌였던 사투나 당시 느꼈던 우울함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 컴퓨터가 어떤 몇 가지 이유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내가 얼마나 우울해질 것인가. 얼마전 서버 바이러스 비상 때, 사람들이 느꼈던 불안감과 우울감, 무력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컴퓨터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좀더 자야겠다. 좀더 자고, 좀더 (웹페이지가 아닌)책읽고, 좀더 글쓰고.

어찌되었든 간에, 앞으로는 일기를 좀더 자주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틀림없다. 하드웨어 고장보다 무서운 것이 소프트웨어 바이러스일지도 모르는데, 두고 볼 일이다.



시학 예비학회를 준비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 학생회와 나는 핀트가 안 맞는 듯 하다. 『생채기』에 낸다고 나현씨에게 일전에 보낸 시들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칠이라도 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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