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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2003

무료한 하루

과외가 1시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늦춰지고 늦춰져 7시 30분에야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관촌수필』을 다 읽으려고 계획했으나 반 정도밖에.

내일부터 개강이다. 가능하다면 몇 개의 강의를 청강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근무시간이 더 줄어야하는데...

평소에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아니면 갑자기 늦잠을 자서 그런지 모르지만 책을 읽다가도 잠이 계속 쏟아졌다. 좀더 집중하는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스스로 '수필'이라는 소설책을 읽으며 전투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필요치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 되지만, 책읽는데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주전부리없이 세끼 밥을 먹는 게 건강의 지름길이 아닐까.

林에게 전화가 왔다. 10일에 휴가 나온다고. 林은 6월 2일께에 제대할 것이다. 효민군은 제대했다고 하는데... 그녀석이 오면 대동제나 연고제가 재미있어지려나? 魚씨 녀석은 휴가내고 간다던 신수를 안 갔다. 후배들 노는데 끼어드는 건 魚씨나 효민군이나 나나 만만치 않은데. 후후. 99학번이라는 이름이 새삼 마음에 돈다.

아버지께서 키보드 덮개를 보시며 덮개 가운데가 붕 떴다고 (쓰는데 불편함이 없는데도) 자르고 셀로판 접착 테이프를 붙이셨다. 결과적으로 쓰는데 더 불편해졌다. 덮개가 키보드 모양에 맞춰져 있는데 테잎은 평면이니 불편할 수밖에. 동생이라면 불편하다며 덮개를 빼어두고 쓰겠지만 나는 지금 그럴 수가 없는 나를 본다. 당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내겐 한없이 부담스럽고 힘든 이름이다. 내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유가 내가 아버지를 좋아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음을 나는 새삼 깨닫는다. 그것은,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장래 배우자가 동의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글쎄, 근래 유독 반항기가 심해진 동생이 아버지 마음을 무시하는 걸 보지 않으려면 어디가서 키보드 덮개라도 얻어와야 할까?

『관촌수필』을 읽으면서 '부러'라는 표현이 자주 나와 며칠 전에 鞠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에 이윤기 선생의 글에서 '부러'를 읽고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 잘 모르겠다고 했는지 '일부러'의 준말로 있을 거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그 스스로 조사했었던 모양인지 "문장에서 쓰면 비문이죠"한다. 그래 생각나 찾아보았다.

박기수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우리 말글 바로 쓰기 홈페이지에 가서 여러 게시판을 검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연세 한국어 사전에서도 '부러'를 찾을 수 없었다. 엔싸이버 국어사전에 가서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이 결과가 나왔다.

부러[부사] 거짓으로. 일부러. 짐짓.
부러 유쾌한 표정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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