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번째 『생채기』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선배들은 모두 사라지고 韓과 나와 愼이 최고학번의 자리에. 1999년 시학을 선배들과 부활시켰을 때의 모습은 이제 없다. 시학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95학번 선배들은 졸업을 했고, 선배들이 더 윗 선배들과의 가교였으므로 그 윗 선배들도 없었다.
'서른즈음에'에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라면을 먹으면서 취했다. '싱거운' 맥주를 마시고도 취할진대 우리는 무얼 먹고 취하지 않을 수 있으랴. 기형도의 표현대로 '있는 힘껏 취했'다. 술은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술은 말을 길게 하게 하거나 말을 짧게 하게 한다...
Roy Buchana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을 신청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아마 없는 음반인가보다. 이번 생채기의 내 시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를 쓰는데 자꾸 조바심만 들곤 한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 결투 직전의 갈루아같다.
괜히 愼이 돌아가기 전에 화나게 하고, 무모하게 술을 들이키고, 쓰러져있다가 일어나 또 마시고. 또 따르고, 다시 또 따르고. 할 말을 구상하고. 긴 테이블에 앉아 불평하면서 술을 마셨다.
생채기, 돌.이.킬. 수. 없.어.. '생채기'는 그런 느낌이다. 시간은 흐르지도 않거니와 되흐르지도 않는다. 긴, 긴 시간. 메시아가 '다시' 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메시아는 끊임없이 온다. 그 가운데 나의 메시아가 있을까? 나는 길을 걷다가 세이렌을 만날 거야. 날 돛대에 묶어라!
지렁이, 지렁이가 눈에 자꾸 띈다. 밟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