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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아내? 부인? 집사람? 안사람? 와이프? 지어미? 내자? 마누라?

저야 아직 대학생이라 장가들지 않았으니 괜찮지만,

여기 들르시는 여러 장가드신 선생님들께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흔히 '부인夫人'이라고도 하고 '안사람', '집사람' 혹은 조금 낮춘
의미처럼 '마누라'라고도 하고

영어를 빌려 '와이프wife'라고도 하고 예스럽게는 '지어미'나 '내자內子'라고도 하는 '아내'말입니다.


'아내<안해'나 '안사람', '집사람'은 모두 순우리말이지만

아쉽게도 뜻이 지금에 와서는 옳지 않습니다.

모두 '안' 혹은 '집'과 관련된, 잘못된 성 역할과 관계된 말입니다.


'부인夫人'은 <표준국어대사전(인터넷)>에는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로
나와있고

<연세한국어사전(인터넷)>에는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로 나와있습니다.

높여 부르는 말이긴 하지만 새김이 '남의 아내' 중심으로 된 문제도 있고

부름말呼稱語로는, 조선시대 사대부나 '하오체'와 함께 썼지 지금은 잘 쓰지 않으며

셋째가리킴第三人稱으로는, '높여 부르는 말'이라 그런지 거의 쓰임을 볼 수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순우리말이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마누라'는 낱말책에 다음과 같은 새김이 올라 있습니다.



<연세한국어사전(인터넷)>

1. [주로 나이가 든 부부 사이에서 남편이 허물없이 쓰는 말로] 아내. 처.

2. [속된말로] 중년이 넘은 여자.


<표준국어대사전(인터넷)>

1.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

2.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두루 보아 '나이든' 혹은 '중년이 넘은' 쪽을 가리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제 곁에는 '(임)마, 누(워)라.'에서 온 말이라면서 그 뜻을 성적인 뜻으로 제한하려는

'민간어원'을 들이대는 사람도 (장난이었겠지만) 있어 말맛語感이 좋지 않습니다.


'지어미<집어미'는 낮춤의 뜻도 있고

옛말인지라 요즘의 '지아비'들은 '지어미'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습니다.



'내자內子'도 '안사람'과 같은 뜻을 갖고 있고

또한 역시 옛말이라 잘 쓰이지 않습니다.



이건 남자들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바깥사람', '바깥양반', '외자外子'는 '아내', '집사람', '안사람', '내자'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고

'남편男便'은 순우리말이 아니며

'지아비'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겠습니까?

제가 장가들기 전에 풀렸으면 하는 마음 무척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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