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2003

나의 시詩

엔디 2003. 8. 21. 01:28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웬일인지 입 속에서 '나의 시, 나의 시'하는 소리가 떠돌았다. '나의 시'를 가지고 시가 될 성 싶으냐고 억지로 재갈을 물리었다. 시라고 쓴 것도 얼마 없고, 죄다 우습기 그지없으면서도 '나의 시, 나의 시'라니 스스로가 우습다.

늦(게)잠을 자니 늦(도록)잠을 잘 수밖에. 새벽녘에 나현씨가 전화하여 시학 세미나가 연기되었음을 알리었다. 일어나 얼마 있잖아서 韓의 전화가 왔다. 그제야 눈이 말동해져서 대강 씻고 출발하였다. 안국동에서 만나기로 하였던 것이다.

조계사 앞에서 버스를 내리니 韓이 기다리고 있었다. '뚜레쥬르'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음료를 마시고 UIP인가 하는 곳에 갔다. 영화 시사회였다. 韓의 누나가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게 된 것이다. 제목은 《이탈리아에서 한 일Italian job》이다.

《이탈리아에서 한 일》은 헐리우드의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은 영화지만, 지겨움이 적은 영화였다. 영화의 결말이야 어차피 뻔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액션이나 유머가, 그리고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다. 날더러 상 주라면 "냅스터"에게 상 주겠다. 언젠가부터 집착이 심하면 '변태'취급 당하는 것이 예사이니 그에 따르자면 "냅스터"는 진실로 '변태'이다.

레이스, 라긴 스포츠가 아니니 좀 그렇고, 베니스에서 보트로 벌인 추격전은 자동차 추격전에 식상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또, 같은 자동차 추격전이라도 여기서의 추격전은 예와 다르게 디지틀 시간과의 추격전이라 할 것이었다. 중한 것은 아이디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신촌에 가서 《신화의 시대》를 처음으로 해보았다. 좀 진중하게 자세히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재미있었다. 컴퓨터와 2:2를 하고나니 캠페인이 더욱 기대된다. 달포나 지나서 사야지. 잠시잠깐 한다고 앉았는데 내리 네 시간을 앉아있었다.

《신화의 시대》를 인터파크에서 사려 했는데 마침 인터파크에서 한게임 고스톱을 오래 안 친 사람이 80판 이상 치면 사이버머니와 상품권을 1,2천원이나마 준다길래 어젯밤 내리 쳤다. 수일 후에 확인을 해봐야지.

아참, 벽초의 『임꺽정林巨正』을 읽기 시작하였다. 1권은 다 읽었고 2권은 반을 채 못 읽었다. 옛말투가 자꾸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