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2003
휴가병과 어머니
엔디
2003. 1. 21. 11:04
휴가나온 군인 녀석과 얼마 얼굴 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했다. 녀석은 다른 것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사람그리움이 변치않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군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관계치 않고, 죄책감을 느끼는 녀석. 하긴 본래 '삶'만큼 큰 죄가 없다, 모두들 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자유니 권리니 복지니 하는 건 전부 그 죄를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소금구이집에서 肉食을 하며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취할 수가 없었다. 금방 돌아가야 했다. 내가 돌아가려던 곳은 어디인가, 두어시각 후 도착한, 아늑하고 눅눅한 집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었나, 하지만 거기서도 나는 계속해서 돌아가려고 했었다. 이인성이 문득 떠올랐다. 이인성氏는 알고 있었을까. 아니, 그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육식肉食을 하며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어쨌든 어색한 작별인사를 하고, 장난기 띤 웃음으로 미안함을 감추며 내가 황급히 돌아간 곳은 집이었다. 급할 때마다 도로는 뚫릴 줄 몰랐다. 차창車窓에 외경外景들이 지나갔다. 차창이 프레임같았다. 영화는 빨라지는가 싶더니 금세 또 늑장이었다.
달은 둥그런 얼굴로 나를 내려봤다. 눈이 부셨다. 죄송했다. 12월 보름이 어머니 생신이셨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나는 발명을 하고 있었다. 도로가 엄청 막혔다고 할까…
쓸데없는 짓이었다. 우리집은 가라앉아있었다. 푹- 꺼져있었다. 간간이 웃음소리 외에는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말하는 기계가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레임, 프레임, 프레임.
말없이, 어머니는 대게 삶은 것을 주신다. 데웠다 내려놓았다 데웠다 내려놓았다 한 게 분명했다. 조금 식어있었다. 게살이 쪼그라들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나는 그 대게를 알뜰히도 먹었다. 시험을 치르는 것 같았다. 게의 외골外骨에 내 혀가 여기저기 찢겼다. 그래도 먹었다. 살은 다 발라먹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래야했다.
게를 다 먹고 나니 어머니 생신은 몇 분 남아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직 2002년이셨다.
군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관계치 않고, 죄책감을 느끼는 녀석. 하긴 본래 '삶'만큼 큰 죄가 없다, 모두들 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자유니 권리니 복지니 하는 건 전부 그 죄를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소금구이집에서 肉食을 하며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취할 수가 없었다. 금방 돌아가야 했다. 내가 돌아가려던 곳은 어디인가, 두어시각 후 도착한, 아늑하고 눅눅한 집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었나, 하지만 거기서도 나는 계속해서 돌아가려고 했었다. 이인성이 문득 떠올랐다. 이인성氏는 알고 있었을까. 아니, 그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육식肉食을 하며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어쨌든 어색한 작별인사를 하고, 장난기 띤 웃음으로 미안함을 감추며 내가 황급히 돌아간 곳은 집이었다. 급할 때마다 도로는 뚫릴 줄 몰랐다. 차창車窓에 외경外景들이 지나갔다. 차창이 프레임같았다. 영화는 빨라지는가 싶더니 금세 또 늑장이었다.
달은 둥그런 얼굴로 나를 내려봤다. 눈이 부셨다. 죄송했다. 12월 보름이 어머니 생신이셨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나는 발명을 하고 있었다. 도로가 엄청 막혔다고 할까…
쓸데없는 짓이었다. 우리집은 가라앉아있었다. 푹- 꺼져있었다. 간간이 웃음소리 외에는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말하는 기계가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레임, 프레임, 프레임.
말없이, 어머니는 대게 삶은 것을 주신다. 데웠다 내려놓았다 데웠다 내려놓았다 한 게 분명했다. 조금 식어있었다. 게살이 쪼그라들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나는 그 대게를 알뜰히도 먹었다. 시험을 치르는 것 같았다. 게의 외골外骨에 내 혀가 여기저기 찢겼다. 그래도 먹었다. 살은 다 발라먹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래야했다.
게를 다 먹고 나니 어머니 생신은 몇 분 남아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직 2002년이셨다.